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의협만 '반대', 병원·간호사·환자들은 '찬성' 공감대 형성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의협만 반대
의협, 보정심에서 의대정원 증원 의견이 우세하자 정부와의 양자협의 요구해
의협과 정부간의 양자협의 채널 통한 의대정원 확대 문제 결정할 경우 사회적 비판 거세질 듯
[굿잡뉴스=이성수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두고 의사단체가 강력 반대하고 있지만, 의사들을 제외한 간호사, 환자, 병원 등 다수의 의료계 입장은 의사 증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계 직역과 소비자·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럴 경우 대대적인 의대정원 증원쪽으로 의견이 수렴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의협은 정부와 의협간의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이 다른 의료계 단체를 배제한 협의창구를 요구할 경우 사회적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 대한간호사협회는 물론 수요자인 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므로 어느 정도 늘려야 한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병원단체인 병협은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병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해 왔으나, 최근 의약분업 당시 감소분만큼은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이전에는 3507명이었으나,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를 달래려 2006년까지 3058명으로 감축한 뒤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윤동섭 병협 회장은 "취임했을 때부터 (의대 정원을) 의약분업 이전의 수만큼 회복하는 것을 얘기해왔다"며 "최근에는 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했다.
간호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에 꾸준히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16명(2008년)에서 4.94명(2022년)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의협과 약사회 등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한의협은 한의사가 공급 초과 상태이므로 한의대 정원을 감축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영하는 걸 고려해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보건의료 수요자인 환자·소비자 단체들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인력이 충분히 배출돼야 한다고 본다"며 "늘어나는 의사를 필수·지역의료에 종사하게 하는 게 숙제겠지만, 일단 정원을 늘려서 인력을 확보하는 게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도 의대정원 증원에 적극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증원) 규모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의사 인력을 많이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여론이 의대정원 확대 쪽으로 기울자 의협의 입지는 위축되는 분위기이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보정심이 아닌, 정부와 의협 양자 간 논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15차례에 걸쳐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했지만, 의협의 반발 등으로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제16차 의료현안협의체는 이날 오후 진행될 예정이다.